<19곰 태태와 연ㅇ...친구들> 2

 

몇달 전에 쪼꼼 끄적거리다 말았던 소설 아닌 소설의 앞부분 일부

 

1편-->

 

 

곰돌이의 뇌리에 그동안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집 나오면 고생이라더니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차바퀴에 깔리고 쓰레기통에 던져지기도 하며 모험활극을 찍고 살아왔다. 태형이와 같이 살던 때처럼 안락한 집과 친구가 갖고 싶다. 지금 그 기회가 왔는데 어떻게든 집주인의 마음에 들어서 머물 곳이 생기도록 해야한다.

 

 "여기서 살게만 해주신다면 청소도 제가 하고 빨래랑 식사준비까지 다 하겠습니다."

 

남준은 그 손으로 프라이팬이나 청소기를 들 수나 있는지 의아해하며 곰돌이가 귀여워서 미소를 머금는다.

 

 "갈 곳 없으면 여기 있어도 돼. 청소고 뭐고 네가 했다가는 괜히 일만 더 커질거 같으니까 하려고 하지마."

 

 "그래도 어떻게 '사람'이 남의 집에 공짜로 눌러삽니까?"

 

 "내 눈에는 아무리 봐도 너는 그냥 곰인형일 뿐이야. 그것도 아주 귀여운 곰인형."

 

곰돌이의 얼굴이 전등이라도 켠듯 환해지는가싶더니 곧 울먹울먹거린다.

 

 "고맙습니다! 여기서 살게만 해주신다면 열심히 일해서 월세를 내겠습니다!"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

 

남준은 뭐라고 대꾸해봐야 말만 길어질 것 같아 수긍해버린다. 곰인형이 일을 해서 돈을 벌 수단은 있는 것일까 의아해하면서.

 

 "그 전에 널 빨아야... 아니, 목욕을 해야될 것 같다."

 

남준은 때가 찌든 곰돌이를 안아 화장실로 간다. 세면대에 따뜻한 물을 받고 곰돌이를 물 속에 넣은 다음 비누를 들어올린다. 그러자 곰돌이는 부끄러운듯 몸을 움츠리며 목욕은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며 혼자 있게 해달란다.

 

남준은 어이가 없지만 곰돌이가 원하는대로 순순히 나가준다. 곧 화장실에서 철벅거리는 소리,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자 남준도 그만 노래를 흥얼거린다.

 

 "고드름~"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고드름~ 얼룩 고드름~ 아, 아니지."

 

잠시 후 곰돌이가 나오자 남준은 드라이어로 곰돌이를 말려주고 이불로 덮을 반다나를 가져다 준다. 곰돌이는 하느님이라도 영접한 얼굴로 남준을 우러러보며 고맙다고 절을 한다.

 

 "집주인님."

 

곰돌이가 단정히 앉아 남준을 부른다.

 "저는 제 소개를 자세히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까지 전부 들려드렸죠. 그래서 집주인님은 저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게 없으십니다. 그런데 전 집주인님이 천사 같은 분이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내 소개를 해달라는 거니?"

 

 "감히 그렇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남준은 곰돌이가 귀여워 어쩔줄 몰라 조그만 머리통을 문지른다.

 

 "내 소개를 해야지. 난 김남준. 스무살이고 사탕트럭을 몰고 있어. 아, 사탕 좋아하니?"

 

남준은 가방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곰돌이에게 준다. 곰돌이가 포장을 뜯으려고 애를 쓰자 남준은 포장을 벗겨 다시 준다. 행복한 얼굴로 사탕을 핥는 곰돌이가 귀여워서 남준은 주먹을 쥐고 발을 구른다.

 

 "그럼 남준이 형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그래. 집주인님보다는 훨씬 낫다."

 

그렇게 둘의 동거 아닌 동거가 시작되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