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내용이나 주제라도 소재를 살짝 꼬아서 새로운 맛을 내면 얼마든지 신선한 이야기가 된다. 일본이라고 하면 남의 나라 문화를 이리저리 입맛대로 베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속성이 같은 업계에서도 응용이 되는 건지 여기저기서 베낀 아이템으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비슷한 듯 다른 작품을 잘 만들어 낸다. 때로 아이디어가 좋다고 할까, 생각도 못한 신선한 결과물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 볼 때 신선하다고 생각했던 먹방 드라마 2편.

 

 

 

여자 구애의 밥

女くどき飯  2015년

원작 : 미네 나유카의 만화

 

독신 남성이 제안하는 가게에서 식사하며 데이트하는 컨셉의 잡지 연재를 기획한 독신 5년차인 29세의 여성 작가가 연재를 위해 다양한 남성과 음식점에서 데이트를 거듭하면서 이상형을 추구하는 모습을 그리는 음식 코미디.

 

 

마침 도쿄 여행 갔을 때 이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아사쿠사 센소지의 카미나리몬을 통과해 숙소에 가서 씻고 TV를 켜니 이 드라마가 나왔다. 마침 주인공도 취재한 남자와 카미나리몬 앞에 서 있었다. 방금 내가 지나 온 길이 바로 TV 화면에 비치고 있는 것이 신기했던 기억. 시즌2가 진행되면서 20대의 마지막을 보냈던 주인공은 30대가 되었다.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는 하나도 진척된 것이 없다. 인연 만나기 쉽지 않은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인 것인가.

 

주인공은 잡지사에서 퍼주는 좋은 밥 먹고 원고료까지 받는다. 그런 잡지 연재면 부럽지 아니한가. 원고료가 옷값으로 다 날아가는 거 아닌가 쓸데없는 걱정도 하면서. 함께 식사하며 대화하는 동안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키워드를 남자로부터 뽑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어떤 부분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심쿵하는지 포인트를 짚어주며 여자마음을 설명도 해준다. ​그리하여 남자들이 호감 가는 여자에게 구애할 때 응용하라는 것이 취지.

 

진짜 목적이 먹방인가 연애인가. 연애를 글로 배우냐 먹방 보는 거다 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다. 사람들 제각각 다르니 글로 배워봤자 응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완전히 필요하지 않고 쓸모없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이젠 글이 아니라 예능방송으로 연애를 배우는 시대로 바뀌었다. 순간의 재미밖에 되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글로 배우듯 방송을 본다. 연애에 대한 관심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다. 풀리지 않는 본인 연애 때문이든 그냥 남의 연애가 흥미롭기 때문이든. 어떤 상황에서 사람들마다 다른 관점이 있다는 것으로 자기 생각을 넓혀갈 수도 있다.

 

기본적 욕구인 연애에 더더욱 기본적 욕구인 먹방 컨셉을 교차시켜 인물이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서사까지 입힌 복잡한 맛을 내는 드라마.

 

 

 

 

 

 

책장식당

本棚食堂

주연 : 나카무라 아오이, 에모토 토키오

 

남성 2인조 만화가 콤비가 원고마감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자 책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재현하는 드라마

 

 

 

 

원래는 음식만화를 그리려고 했는데 어째선지 순정만화를 그리고 있는 콤비 만화가. 둘은 남자캐릭터와 여자캐릭터를 각각 맡아 히메카와 로잔나라는 필명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지로는 좋아하는 여자들을 늘 꽃미남에게 빼앗기는 일을 겪다보니 남자캐릭터를 못 그린다. 니시키는 어릴 때부터 억지로 누나들을 그려야했던 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여자캐릭터를 못 그린다.그래서 만화가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은 거다. 그런데 누나들이 시켜서 요리를 했다는데 그건 왜 트라우마가 되지 않은 것일까.

 

 

 

두 사람은 마감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요리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조금 특이하다. 비밀의 방에 둔 수많은 소설이나 만화 속의 이차원적 요리를 재현시키는 것. 차라리 그런 컨셉으로 식당을 내면 더 잘 될 것 같지만 요리는 요리고 그보다 만화를 그리고 싶은 욕구가 앞서는 두 사람인 것이다.

 

TV나 만화 속에 등장하는 요리를 맛보고 싶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호기심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실현시키는 어렵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그런 호기심을 실행해 대리만족을 시켜준다. 요리를 먹어보고 싶다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행동하는 것까지가 컨셉이다.

 

 

 

 

보통 일본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편집자는 작가의 변덕에 쩔쩔매는 존재로 그려지는데 여기서는 두 만화가가 담당편집자를 오니(귀신)라 부르며 무서워한다. 편집자가 감독이고 교사 같다. 아닌게 아니라 일본에서는 연재 콘티를 보고 편집자가 OK하지 않으면 만화를 그릴 수가 없다고 한다. 만화를 좋아하고 만화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드글드글 할텐데도 정작 일본에서는 만화출판을 하찮게 여기고 만화편집자가 되고싶어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라고... 그런 분위긴데도 온갖 곳에 만화캐릭터가 응용되며 만화왕국의 이미지로 보이는 건 괜찮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