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

구옥으로 이사.

이사온 날은 창밖에 붉은 단풍이 가득했는데

곧 첫눈이 내린다 싶더니 본격 겨울이 되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앙상한 나무들과 지붕을 덮은 눈풍경이 되어 버렸다.

 

 

 

 

베란다가 참 넓은 집인데 일일이 슬리퍼 신고벗고 하려니 귀찮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예쁜 매트를 깔만한 환경도 아니라서 고민 끝에 단열재를 샀다.

일단 1/3만 깔고 다음날 아침 베란다로 발을 디밀자 뭔가 바닥의 느낌이 이상하다.

 

 

 

 

물바다라네!

겨울이라고 해서 집이 물바다 되는 건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심지어 얼음까지 얼어 있었다!

커다란 창문들에도 이와 같이 얼음이 생겼다가 녹으니 베란다가 물바다가 될 밖에...

집주인은 왜 미리 말을 안해줘서 사람을 당황시키나...

마침 한 부 있던 신문지로 물웅덩이들을 덮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며 며칠이 지나...

다이소에 갔다가 물흡수 테이프를 샀다.

(다이소에 전재산 바칠 기세)

창이 워낙 크다보니 부족해서 다시 사러 갔다가 청소포를 보고 떠오른 생각.

청소포가 물을 잘 흡수할 테니 결로가 생기는 곳에 늘어놓으면 될 것 같았다.

위 사진처럼 빈틈없이 청소포를 깔아주고 다음 날 아침,

늘 젖어있는 상태였던 신문지가 드디어 말라있었다!

 

 

 

 

 

 

 

 

징글징글한 물방울들.

창에 이 정도로 큰 물방울이 맺히고 얼고 하는 건 처음 보는 느낌...

창틀에 물받이도 없어서 물이 흘러갈 곳 없어 쏟아져 내렸던 것 같다.

 

 

 

 

이제 물웅덩이도 생기지 않게 되었으므로 본격 단열재를 까는 작업에 들어갔다.

단열재를 두꺼운 걸 사려고 했는데 착각해서 얇은 것을 사버려서 두겹으로 깔았다.

또 보일러 연통이 유리창으로 연결되면서 구멍이 뚫려 있어 강풍이 들어오는 문제도 있었다.

그것 때문에 추운 날엔 베란다가 시베리아 벌판같이 되어서

빨래 돌리러 베란다 나가는 것이 곤역일 정도였다.

보아하니 막아놨다가 뜯어버린 흔적이 있었다.

그냥 두지 왜 뜯어버려서 시베리아를 만들었는지 집주인이 이해가 안 되었지만...

다이소에서 호일 소재의 테이프를 사서 작업하고 물흡수 테이프로 마무리했다.

천장 가까이 있는 것을 작업하느라 쪼매난 몸뚱이로 의자 오르내리며 벌 서고 고생;;;

아침부터 밤까지 이런저런 것을 작업한 뒤 힘들어서 파스 붙이고  잤다.😭

이젠 다이소에서 파스도 판다.

그런데 그것은 화- 하며 아파서 잠시만 붙였다가 떼어야 한다는...;;

 

 

 

 

결로 문제와 더불어 또 다른 문제점.

오래된 집인데다 창이 워낙 커서 방충망이 들떠 있었다.

틈새막이로는 수습이 안 될 정도여서 

바닥에 깐 단열재의 긴 조각을 3겹으로 붙여 틈 사이에 끼웠다.

모양새는 별로지만 리모델링 경험도 없는 나로선 이것이 최선.😥

바닥에 늘어놓은 청소포는 겨울이 끝날 때까지 둬야 하니 이 또한 미관상 좋지 않지만 하는 수 없다.

물흡수 테이프는 유리창에 붙이는 것이 최선인가 본데

창에 맺힌 물방울이 얼어있는 상태라 일일이 닦을 것이 암담해서 걍 창틀에 붙였다.😁

 

 

 

 

몸 움직여 일을 해결하는 것이 익숙치 않아서 참 쉽지가 않네;;;

무엇보다 이렇게 손이 가는 집은 진짜 처음이라고 할까.

한달동안 베란다 붙들고 고생한 일이 이제야 끝이나서 아무튼 홀가분하다.

내내 베란다에 붙박혀 있던 의자도 이제 제 자리를 찾아갔다.

베란다는 적당한 면적으로 있어야지,

너무 커도 공간 낭비만 되고 쓸 데도 없고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커튼을 달려고 해도 그 넓은 창에 설치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지 아득해서 시도를 못하겠다.

작업할 부자재들도 많이 필요하니 뭔가를 시도하려면 예상외의 돈이 든다.

나는 이미 벌써 지금부터 미리미리 여름이 걱정이다.

그 넓고 큰 창으로 융단폭격할 햇빛으로 집이 후끈 달아오르겠지.

 

 

'결로방지 스프레이' 라는 상품이 있다.

겨울에는 찬공기와 결로를 막아주고 여름엔 뜨거운 햇빛을 막아준다는 후기.

단점은 가격이 착하지 않다는 거..

창이 작으면 괜찮지만 나의 경우처럼 큰 창이 가득하다면 부담이 되겠다.